일상/워크로그

스트레스

circlelee 2023. 7. 18. 00:28

석사를 마치고 입사했던 첫 회사에서 저는 예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주변에서 주는 스트레스 외에 업무를 하면서도 스스로 받는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새 프로젝트에 들어가면서, 서로 코드 리뷰를 진행하며 한참 개발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습니다.

기존의 코드를 기반으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각 모듈별 기능을 정의한 후 새롭게 작성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이 프로젝트의 코드가 이후 후속 프로젝트의 기반 코드가 되는 것이었지요.

 

몇몇 책임/수석급 선배분들께서 제가 코드 리뷰/분석을 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이후에 코드 리뷰/분석을 하다가 돌아보니, 확실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어요.

 

특히, 기존의 안좋았던 코드를 답습하면서 가독성이 굉장히 나쁜 코드를 볼 때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 의미를 명확히 알 수 없는 변수 (e.g. bool request - request를 해야하는 것인지, request를 했다는 것인지)

 - state(enum)를 가지면서 boolean 값에 따라 두 가지 상태를 내포하는 복잡한 상태 천이

 - 등등

 

모처럼 새롭게 만드는 프로젝트인데, 저는 몇몇 동료분이 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이렇게 작성된 코드들은 전부 '하기 싫어서 대충 작성한' 결과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시던 선배분들은 그것이 '하기 싫은 결과'가 아니라 그 사람의 '한계'라는 얘기를 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단지 실력 부족에 의한 '한계'이거나, 과거 프로젝트가 너무 익숙해져서 그 스타일이 몸에 밴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저는 최근에 서버 API 변경에 맞춰서 일부 모듈의 리팩토링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API와 직접 연관된 부분만 간단히 수정하려 했는데, 줄줄이 연결된 레거시가 너무 많네요.

깔끔해져 가는 코드를 보면 너무 기분이 좋은데, 예상하지 못한 레거시를 추가로 분석하고, 믿었던 코드에 배신을 당하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이게 그 사람의 한계였을 것이다.